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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탑 독자 김은경
평소 나보다 몇 배나 계산도 빠르고 기억력도 훨씬 좋은 남편이다.
언제부터인지 자신의 휴대폰이나 안경을 찾지 못해 허둥대거나,
장롱문을 열고서 무얼 찾으려 했는지 망설이고,
냉장고를 열고도 무얼 꺼내려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한다.
가족의 생일이나 약속 날짜 등 숫자 기억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몇 년 전부터 건망증 때문에 실수하거나 난처한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어느 날은 부부 동반 모임에 갔다가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오던
남편이 건물 앞에서 기다리는 나를 두고
아무 생각 없이 집까지 혼자 갔던 일도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어디 나설 때면 요즘은 늘 묻게 된다.
“뭐 놓고 가는 거 없어요?”
단순한 건망증일까, 아니면 치매로 진행되는 병적인 건망증일까,
언젠가 아내인 나도 전혀 몰라보면 어떡할까
이런저런 생각에 그날은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