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계장님의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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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울산 남구)

20년도 넘은 일이다. 

2년여 동안 근무했던 경리과에서 인사과로 발령이 나서 

후임 직원에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새 근무처인 인사과에서 열심히 적응하고 있던 어느 날, 

경리과 후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업무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니, 

자기 자리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내 일도 바빴지만,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위층의 경리과로 가 후임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한 30분이 지났을까. 

자리에 돌아온 나를 계장님께서 부르셨다. 

“자네는 인사과에 왔으면 이곳에 최선을 다해야지. 

어떻게 인수인계를 했기에 

아직도 후임한테 전화가 오게 만드나?”

물론 내가 꼼꼼하게 인수인계를 해주었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지만,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업무에 대해 더 궁금한 내용이 있는 후임이 

전임자를 애타게 찾기에 

잠시 경리과에 다녀온 일이 뭐 그리 잘못된 일이라고 

큰소리를 하시는지···. 

그 일이 있은 지 얼마가 지나 

계장님은 나에게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일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 후 옆에서 지켜본 계장님은 

누구보다 현재에 충실한 분이셨다. 

계장님의 잔소리가 애정 어린 가르침이었다는 걸 안 후 

그분을 진정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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