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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두 살 터울의 동네 형이 있었다.
판자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평소 나를 친동생처럼 살갑게 대해주는 형이 왠지 좋아
졸졸 따라다니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집 앞에서 형과 사소한 싸움이 벌어졌다.
그날은 내가 명백히 잘못했음에도
그 형에게 버릇없이 대들었던 것이다.
그땐 정말이지 나 밖에 몰랐다.
싸움이 길어지자 형의 어머니께서 집에서 나오셨다.
그런데 형의 어머니께서
잘못이 없는 형을 나무라시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형의 어머니는 형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내가 버릇없이 형에게 대들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자식이 잘못하지 않았음을 알고서도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린 나이였음에도
난 몹시 궁금했다.
상대방의 실수나 잘못을 비난하기 보다는,
먼저 자신과 가족의 잘못이나 책임은 없는지를
생각하셨던 그 어머니.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그 귀한 춘풍추상의 교훈을 가르쳐 주신 그 분이
당시 우리 동네에서 가장 존경받았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