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d by Amazon Polly

공업탑 독자 김동석

도대체 되는 일이 없었다. 지난주엔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기획안이 부장 선에서 퇴짜를 맞았고,

며칠 전부터 큰아들이 멀쩡히 다니던 학교를

자퇴한다고 아내와 나를 졸라대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그저께 퇴근길 돌부리에 넘어져 무릎을 심하게 다쳐서

응급실에 실려 갔다.

난 어릴 때부터 주사 맞기를 죽기보다 싫어했고,

병원 특유의 냄새가 질색인 사람이다.

그래도 어쩌랴.

응급실에 잠시 머무는 동안 수많은

응급 환자들이 오고 갔다.

전시의 야전병원처럼 생사가 오가는

현장 그 자체였다.

어디가 아픈지 고성을 지르며 119에 실려 온 사람,

핏빛 붕대를 칭칭 감고 CPR을 받으며 온 사람,

온몸이 상처와 피투성이가 된 두 사람이

멱살을 잡고 들어오기도···.

내 옆 침상의 보호자는 어머니가 심장 박동이 미약해

급히 모시고 왔다고 우울해했다.

심지서 조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이닥쳐

자신의 조직원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같이 와준 아내에게

“보다시피 나는 이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줬다.

그러던 중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큰아들이 위문차 찾아왔다.

그 사이 심경의 변화가 있었든지,

아니면 아빠가 응급실에 실려와 생각이 바뀌었든지,

그렇게 고집했던 자퇴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눈물겹게 고마웠다.

무릎 상태를 확인한 결과

다행히 엑스레이상에서 뼈는 이상이 없어

당분간 통원 치료만 하면 된단다.

전화위복이 이런 건가.

내일 출근하면 퇴짜 맞았던 보고서를 다시 한 번 수정해봐야겠다.

Leave a comment

댓글 남기기

1 Comments

  1. 호산나

    인간사 새옹지마ㅡ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릅니다^^
    변방에 사는 새옹이라는 노인의 말을 통해
    때때로 괴롬 당하고,그러나 또한 때때로 기쁨
    누리는 우리의 삶에 깊은 공감 한표 드리며
    무릎 빨리 나으시고 행복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