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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탑 독자 김은경
예전에는 어떤 사람의 성격을 알기 위해서
그 상대방의 혈액형을 묻곤 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MBTI라는 녀석이 불쑥 등장했다.
이젠 어딜 가나 혈액형보다는 MBTI를 물어보는 것이 대세가 됐고,
대화 속 흔한 질문이 되어 버렸다. 회사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연인들도 MBTI 이야기가 빠지면 허전할 정도다.
소개팅 때도 MBTI 결과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나오면
만남 자체를 포기하는 때도 있다니,
‘MBTI 만능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만 같다.
한 번은 남편과 재미 삼아 MBTI 검사를 해보았다.
평소 개방적이고 낙관적인 나는 ENFP로,
매사 진지하며 논리적인 남편은 ISTJ로 결과가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우리는 완벽히 정반대였다.
만약 결혼 전에 MBTI 검사가 있었다면
우린 애당초 만나지도 못할 운명이었을까?
지금까지 함께 30여 년을 잘살아왔으니,
오히려 서로 다른 성격을 매력으로 느끼며 살지 않았을까 싶다.
MBTI는 재미로 참고 정도만 하면 될 것이다.
특히 맹신은 더욱 할 필요가 없다.
성격 테스트 하나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짓기에는
우리 인간은 너무 복잡한 생명체니까.
누가 “네 MBTI가 뭐야?” 라고 물어보면,
“그까짓 MBTI가 뭐라고!” 라고 반문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