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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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직업은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이셨다.

늘 무거운 행낭을 메고

자전거를 타며 동네 구석구석까지 희로애락을 전달하셨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던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배달을 마치고 퇴근하시는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의 권유로 자전거 뒤쪽에 앉아 집까지 타고 왔다.

아버지의 허리를 꽉 붙잡고 바람을 피했지만,

덜컹거리는 자전거 뒷자리가 무서워 눈을 꼭 감았다.

그때마다 아버지가 돌리는

자전거 페달의 바퀴 소리가 몹시 무겁게 느껴졌다. 

하루는 빙판 위를 달리다

자전거가 넘어져 아버지의 무릎에서 피가 많이 나고

바지가 찢어진 채로 집에 오셨다.

어머니께서 어떻게 되었냐고

걱정스럽게 물으시자

별일도 아닌데 뭘 그리 야단법석이냐고

오히려 반문하시던 일이 생각난다.

아버지의 낡은 자전거는 우리 다섯 식구의 생계 수단이었고,

없어선 안 될 운송 수단이었다.

요즘도 우편물을 가득 싣고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누비는 집배원을 볼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편지를 배달하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빛바랜 사진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언제나 그립고 애잔하다. 

철없던 시절엔 아버지의 직업이 선생님과 같이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부끄럽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성실하게 가정을 지켜내신

아버지의 땀과 노고를 생각하면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젠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집배원 아버지” 정말 보고 싶고

오랫동안 불러 보고 싶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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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익명

    집집마다 희망과 행복을 전달하시는 훌륭하신 아버님이셨네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아버지 어머니 입니다
    듣기만 들어도 먹먹한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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